아카이브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은 평화운동가, 불교철학자, 교육자, 작가 그리고 시인으로 대화를 통한 평화 증진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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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지도자 핵폐기조약을 호소하다 2010.10 / 월간중앙 인터뷰

저명한 불교 사상가 이케다 다이사쿠(池田大作) 박사는 핵무기를 비롯한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금지하는 국제조약 교섭 개시를 조기에-이상적인 시기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한지 70년째가 되는 2015년을 목표로-실현하도록 주장했다. 핵무기금지조약(NWC)이라는 형태로 국제조약이 체결되면 핵무기 개발·실험·제조·비축·이송·사용과 사용위협이 금지되며 핵무기폐절이 규정된다.

조약 형식은 이를테면 생화학무기나 대인지뢰 등 기타 무기분류를 금지한 기존 국제조약과 비슷한 형식이 될 것이다. 1996년 이후 NWC 체결을 요구하는 다양한 제안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지난 5월 3일부터 28일까지 뉴욕의 유엔본부를 무대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운용검토회의가 열렸다. 모든 가맹국의 총의를 정리한 최종 문서에서는 처음으로 NWC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불교단체인 국제창가학회(SGI) 이케다 선생님은 “새로운 시대를 향한 태동을 발판으로 NWC의 교섭을 개시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케다 선생님은 오랜 세월에 걸쳐 핵무기 폐절을 주장했다. 또 지난해 9월 상순에는 핵 폐절을 위한 제안 5개 항목을 발표했다. 인뎁스 뉴스(IDN-InDepth News)의 라메슈 자우라 편집장이 IPS통신사의 협조를 받아 전자우편으로 SGI 회장을 인터뷰한 내용을 전재한다.

5월 28일에 폐막한 NPT 운용검토회의 결과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말 핵무기 폐절을 향해 세계가 전진하기 위한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일부 전문가의 주장처럼 겉치레뿐인 약속과 상투적 문구가 나열된 데 지나지 않을까요?

이번 회의 성과에 관한 평가가 여러 가지로 엇갈리고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핵보유국과 비보유국 간 의견 대립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당초 의장 보고안에서 제시한 핵군축 교섭기한 설정이 보류되는 등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결렬로 그친 지난(2005년) 운용검토회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포함한 최종 문서를 채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배경에는 각국이 처한 상황과 주장에는 차이가 있어도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새로운 기회가 무산되면 안 된다는 인식 확대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좌우명으로 삼는 말 중에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자 길이 된 것이다”(루쉰 <고향>)라는 동양의 격언이 있습니다.
모든 문제는 이번 최종 문서를 ‘협동작업의 발판’으로 삼아 각국이 힘을 합해 길 없는 길을 한 걸음씩 걸으며 견고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합의사항을 지체 없이 이행하도록 요구하는 국제 여론을 고양하는 일을 빠트릴 수 없습니다. 그런 뜻에서도 각국의 정책결정자와 시민사회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특필한 말한 성과를 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회의 성과 중에서 이 세 가지에 주목했습니다. 즉 만장일치로 채택한 최종 문서에서 ①’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고 유지하기 위한 틀을 구축하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핵무기금지조약을 처음으로 언급한 점 ②핵무기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절대적 보증은 폐절밖에 없다고 확인한 점 ③핵무기 사용이 초래하는 괴멸적 결과를 바탕으로 각국에 국제인도법 준수를 요구한 점입니다. 그중에서도 핵무기 전면금지를 요구하는 핵무기금지조약은 비보유국을 비롯해 비정부기구(NGO) 사이에서 중요성을 계속 외치면서도 시기상조라든지 국제사회의 현실에 걸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깊게 뿌리내린 탓에 지금까지 핵문제와 관련된 국제적 교섭의 장에서는 정면에서 의제로 거론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에 드디어 최종 문서에서 언급하는 형태로 실현된 것입니다. 이 사실은 참으로 NPT 운용검토회의 의장이나 군축실 등 유엔 관계자의 노력을 비롯해 핵 폐절을 요구하는 국가들과 시민사회가 뿜어내는 열의와 목소리가 하나 되는 과정에서 실현할 수 있었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우리 창가학회 일본 청년부도 핵무기금지조약 제정을 요구하는 청년세대 227만 명의 서명을 모아 유엔사무총장과 NPT 운용검토회의 의장에게 이번 회의에 의탁하는 형태로 제출했습니다.

향후 추진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시대를 향한 태동을 발판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한 지 70년이 되는 해이자 다음 운용검토회의가 개최되는 2015년을 하나의 목표로 핵무기금지조약 교섭을 개시하도록 강하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 도전에는 어려움이 뒤따르겠지만 내가 주목한 이번 최종 문서에서 제시한 두 가지 이념에 비춰보아도 조약제정은 시대의 요청임이 분명합니다.
최종 문서에서는 “핵무기 완전 폐절이 핵무기 사용과 사용 위협을 감축하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보증이다”라고 밝히며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상에서 모든 핵무기를 없애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재확인하고 있습니다.
또 “핵무기를 어떻게 사용하든 인도적으로 괴멸적인 결과를 일으킨다”라며 모든 국가에 국제인도법을 준수하도록 요구한 일은, 군사와 정치 논리가 선행되기 쉬운 핵무기 논의에 그런 논리보다 우선시해야 할 ‘인도성’이나 ‘생명존엄’이라는 가치를 귀감으로 경정을 울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떤 점에서 핵무기가 인도상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번 회의 공식행사에서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자 대표가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하며 하루빨리 핵 폐절이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단 핵무기를 사용하면 피해는 그 시점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핵무기를 ‘절대악(絶對惡)’이라고 일컫는 까닭은 지금도 많은 사람이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고,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초월해 끊임없이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궁극적 비인도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스승이신 도다 조세이 창가학회 제2대 회장이 역설하듯 핵무기를 종래 무기의 연장선상으로 파악해 상황에 따라 사용할 수도 있는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됩니다.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성’과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중대한 비인도성’을 단연코 용납하지 않는 일이 핵무기금지조약의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는 국제인도법 정신과 원칙을 핵무기에 적용시키는 일이 핵시대에 종지부를 찍는 쐐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얀타 다나팔라 퍼그워시회의 회장은 이번 NPT 운용검토회의에서 거둔 가장 중요한 성과는 1995년에 결의한 중동 관련 사항을 실시하기로 합의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합의로 중동의 비핵지대화를 과연 이끌어낼 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몇몇 중요한 사항을 유보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회의적인 견해에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해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비핵지대조약이 잇달아 발효된 일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커다란 희망의 서광이 비치는 일이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도 일찍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던 국가가 존재했기에 그만큼 큰 의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으며, 이로써 중남미와 남태평양 그리고 동남아시아로 이어지는 비핵지대가 전 세계 다섯 곳에 성립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다른 지역에서 비핵화 절차를 어떻게 밟을지는 커다란 문제입니다. 동북아시아나 남아시아와 더불어 중동지역의 앞길에는 용이하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운용검토회의에서는 중동지역에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지대를 창설하기 위한 국제회의를 2012년에 개최한다고 합의했습니다. 물론 한 번 회의를 연다고 해서 즉시 전망이 밝아질 만큼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특히 중동에서는 수 차례의 전쟁으로 뿌리 깊은 역사적 대립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인 만큼 회의를 열 수 있을지도 예측 불허입니다. 그러나 일촉즉발의 상태가 이어지는 상황을 방치해서 좋을 리 없고, 어떤 형태로든 긴장을 완화하는 실마리를 모색하기 위한 ‘대화’의 창을 열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가 토인비 박사는 핵시대의 혼미함 앞에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단칼에 자르는 대신 인내심 있게 손으로 풀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오랜 세월 교착된 대립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관계국이 ‘대화’에 나서야 하고, 의심이 의심을 부르며 불안으로 엉클어진 실을 끈기 있게 푸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대립하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대립하기 때문에 대화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 점에 관해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핵무기 없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서로 위협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위협을 감축하려고 노력하는 속에서 깊은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각국이 그런 ‘안심과 안전의 동심원’을 지역이나 세계로 넓히는 방식으로 접근해가는 일이 중요할 것입니다.
비단 중동뿐 아니라 동북아시아나 남아시아에서도 각 지역의 국가들이 미래지향적인 ‘대화’라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면 평화공존을 향한 다음 단계가 어떤 형태로든 떠오르지 않을까요.
어쨌든 내후년에 예정된 회의의 앞길에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시민사회를 포함한 구제사회 전체의 후원이 꼭 필요합니다. 최종 문서에 “회의는 핵보유국의 전면적 지지와 관여 속에 개최한다”라고 씌어 있듯이 피폭국인 일본도 핵보유국과 더불어 다른 많은 비보유국과 연대하며 회의가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기를 강하게 바라는 바입니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무기용핵분열성물질생산금지조약(컷오프조약), 핵무기금지조약(NWC) 등과 관련해 NPT 운용검토회의에서 약속한 사항을 현실화하고 되풀이되는 말을 구속력 있는 약속으로 만들기 위해 시민사회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 몇 번이고 중요성을 제기했음에도 CTBT는 1996년에 채택만 된 채 아직껏 발효되지 못한 상황이고, 컷오프조약은 교섭조차 개시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사실 CTBT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핵을 보유한 5개국과 더불어 인도와 파키스탄이 1999년 이후로 핵실험을 잠정 중단하고 있으며 CTBT 기구준비위원회가 국제감시제도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열린 운용검토회의에서 이른 시기에 비준하기로 표명한 인도네시아와 더불어 만일 미국도 비준을 결정한다면 발표에 필요한 비준국은 7개국만 남기게 됩니다. 또 컷오프조약도 교섭을 개시하기 전부터 핵을 보유한 5개국이 생산을 중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중요한 조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나는 세계 민중이 압도적으로 의사를 결집해 각국 지도자가 단호히 행동하도록 하는 국제 여론을 강력하게 환기시키며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열심히 군축운동을 추진하는 NGO를 제외한 시민사회에서는 이 두 조약에 대한관심이 그다지 확대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운명과 미래가 달린 문제를 각국의 정책결정자에게만 위임한 채로 두어도 좋으냐고 한다면 답은 단연코 “아니오”입니다. 대인지뢰전면금지조약이나 집속탄금지조약을 성립시킨 원동력은 민중의 소박한 상식을 거스르는 무기의 비인도성에 대한 분노와 피해 확대를 저지해야 한다는 위기감의 확산이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핵무기 위협을 없애기 위한 방파제 역할로서 CTBT나 컷오프조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을 시민사회에 폭넓게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국제 여론을 끌어올리는 힘을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SGI 7개국 청년부와 일본의 대학부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핵무기에 관한 의식조사’를 실시하자 많은 사람이 “왜 이런 조사를 하느냐”는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그 배경에는 ‘핵무기 문제는 자신들과 동떨어진 문제’라는 의식이 적지 않게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무관심한 것도 아닙니다. 핵무기 사용은 “어떤 경우라도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답한 사람이 70%에 이르며 반수 이상이 핵무기에 과한 논의가 활발해지면 “핵 폐절을 향한 움직임이 일어난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CTBT나 컷오프조약 그리고 핵무기금지조약의 중요성을 포함해 핵문제에 관한 인식이나 관심을 시민사회에 끈질기게 환기시키는 일이 관건입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일이 현실의 무거운 벽을 무너뜨리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SGI도 2007년부터 전개하는 ‘핵무기 폐절을 위한 민중행동 10개년’ 운동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적정입니다.

‘교육’의 역할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번 운용검토회의에서 일본을 포함한 42개국이 ‘군축비확산 교육에 관한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유엔군축실 등 유엔의 관련 기구나 CTBT 기구 준비위원회 등 관련 조약기구를 비롯해 열성적으로 운동을 전개하는 국가들과 핵무기폐절국제캠페인(ICAN) 등 국제적인 프로젝트나 많은 NGO와 협력하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위해 끈기 있게 국제사회의 토양을 일구고자 합니다. 그리고 청년이 앞장서서 ‘평화를 구하는 세계 민중의 대연대’를 구축하고, 그렇게 구축한 연대의 힘으로 현실과 이상 사이에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를 연결하고, CTBT 발표와 컷오프조약 성립은 물론 핵무기금지조약 체결을 목표로 전진하고자 결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