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은 평화운동가, 불교철학자, 교육자, 작가 그리고 시인으로 대화를 통한 평화 증진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 Words of Wisdom 희망찬 내일을 위한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명언

  • Dialogue with Nature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사진 작품, 자연과의 대화

  • The Life Story of Daisaku Ikeda 이케다 다이사쿠 생애

에세이

아름다운 지구

미야자키의 월천자(月天子)

학수고대했던 달(月)이 떠올랐다. 푸른 수평선 저편에서 검붉은 빛으로 물든 하늘에 갑자기 은(銀) 거울이 떠올랐다. 나는 삼각대 앞에 있었다. 미야자키연수원 본관. 아내가 "여보, 뜨고 있네요"라며 페닉스(야자과에 속하는 관엽식물) 나뭇잎 그늘의 저쪽을 가리켰다. 월천자(月天子)는 거기에 있었다. 방긋 미소 지으며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삼색기 깃대를 옆으로 가로질러 중천(中天)을 향하여 오른쪽 위로 오르고 있었다. 어스레한 저녁하늘에 백은(白銀)의 궤도를 그리며. 떠오름에 따라 달은 그 빛을 더하고 지상에 하얀 빛의 꽃이파리를 내리쏟는다. 천천히 무대는 바뀌었다. 눈부신 대낮의 작열하는 듯한 드라마에서 청량한 왕조(王朝)의 세계로.

달의 도읍지, 가구야 공주 이야기. 동화 나라의 자애의 빛. "월천자여, 오늘밤도 전국에 있는 내 벗을 지켜 주오! 밤낮으로 존귀한 길을 걷는 벗의 발길을 다정하고 환하게 비춰 주오. 그리고 마음 아파하는 모든 사람에게 편안함을!" 그 마음을 담아 셔터를 눌렀다. 이 순간 일념의 경관(景觀)을 영원히 인화지에 인화하는 마음으로.

1999년 3월 1일 음력 열나흘날 밤의 달이었다. 다음 날 보름달로, '미완성의 완성'이라고 해야 할 달빛이 성스럽고 엄숙하였다. 그 3일 전에, 오키나와에서 작은 비행기로 미야자키에 왔다. 미야자키는 8년 만에, 규슈는 4년 반 만에 온 것으로, 꽤 오래간만이 되고 말았다. 연수원에 도착하여 그대로 벗들과 함께 정원을 돌았다.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정원 구석에 '연수원을 지키는' 나이든 사람들이 있었다.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여러분은 내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장수하세요." 평소부터 연수원을 묵묵하게 지키고 있는 분들이다. 화려하고 공식적인 무대의 사람보다도 그늘의 사람에게 합장(合掌)하는 마음으로 나는 살고 있다.

그렇기에 달을 찍고 싶었다. 달은 거울. 천진무구하게 큰 거울. 태양과 함께 하늘의 두 눈으로서 일체를 빠짐없이 주시하고 있다. '명(冥)의 조람(照覽)'의 상징처럼, 대월천자(大月天子)는 사람의 마음속까지도 빛을 비춘다. "커다란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까?" "고운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습니까?" "자기답게 올바른 길을 걷고 있습니까?" 누가 보든 말든 대월천자는 알고 있다. 내 흉중의 넓은 하늘에도 대월천은 계시기 때문이다.

달은 우리의 혼(魂)을 하늘로 실어나르는 배다. 청정한 달빛은 낮 동안의 혼잡으로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정화시켜 준다. 권력도 허영도 욕심도 미치지 못하는, 지극히 청량한 곳으로 사람들을 초대한다. 부드럽고 아름다우면서 엄격한 달빛에 나는 젊었을 때부터 얼마나 무언(無言)의 격려를 받았던가. "낮에는 태양의 에너지로 일하자. 밤에는 달빛과 함께 자기라는 인간을 응시하자"라고. "영원무궁한 우주 속에서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자기라는 존재의 불가사의(不可思議)함을 생각하자"라고.

이리하여 저녁 무렵 5시가 지나, '월출(月出)'을 기다리며 나는 삼각대 앞에 섰다. 전(全) 규슈최고협의회 직전이었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 쓰다 만 원고도 아직 남아 있다. 그래도 틈을 내어 달과 이야기를 나누고 달을 통해 많은 동지에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남쪽 나라의 봄바람에 야자수 잎은 흔들거리고, 삼색기가 두 번 세 번 펄럭였다. 장소는 '휴가(日向:미야자키의 옛 이름)의 나라'. 태양의 나라이며 신화(神話)의 나라다. 달 아래 태평양의 푸른 바다는 아득히 먼 태곳적 그대로 넘실거리며 철썩거렸다. 봄도 옛날의 봄, 달도 옛날의 달로, 인간 세상은 유전(流轉)을 거듭한다.

어느 세상에도 사람은 노래 부르고, 사람은 호소한다. 사람은 웃고, 사람은 울었다. 그 가냘픈 무상변전(無常變轉)의 진행을 달은 고요하게 내려다본다. 초연하게 시공(時空)을 초월하여 미혹의 구름에도 현혹되지 않고 무상(無常)의 바람에도 현혹되지 않은 채 천공(天空)을 깨닫는 달은 자신의 궤도를 오로지 나아간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냉연(冷然)하게.

그것은 일체중생을 껴안는 우주의 자비로운 백광(白光)인가. 삼천나열(三千羅列) 엄한 인과(因果) 법의 번개인가. 빛의 궁전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확장되어 허공에 사라지고 우주에 감싸인 내 생명은 잠시 우주를 감싸 되돌리듯이 힘차게 솟구쳤다. 나는 다시 한 번 호소했다.

"월천자여, 원초(元初)의 높은 곳에서 우리 지구를 비추어 주시오! 고뇌하고 방황하는 인류에게, 최고 철학의 빛을 보내 주시오!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 출현한 우리 지용(地湧)의 벗, 우주의 왕자, 공주와도 같은 그들의 전도를 황금 빛으로 비추어 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