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이케다 다이사쿠

아카이브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은 평화운동가, 불교철학자, 교육자, 작가 그리고 시인으로 대화를 통한 평화 증진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 Words of Wisdom 희망찬 내일을 위한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명언

  • Dialogue with Nature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사진 작품, 자연과의 대화

  • The Life Story of Daisaku Ikeda 이케다 다이사쿠 생애

에세이

아름다운 지구

히말라야의 빛

셔터를 누를 찬스가 몇 초밖에 없었다. 1995년 11월 3일. 네팔 카트만두 교외의 언덕으로 나는 향하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자동차로 한 시간이나 달렸을까. 출발할 때 푸르던 하늘이 점차 꼭두서니색으로 물들어 갔다. 해가 지고 나면 촬영을 할 수 없다. 될 수 있으면 찍고 싶었다. 일본의 청년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하늘에 가장 가까운 나라라고 하지만 카트만두 시가지에서는 좀처럼 히말라야의 눈덮인 정상을 눈앞에서 볼 수 없다. 게다가 기상(氣象) 관계로 목표로 삼은 언덕에서도 볼 수 없었다.

사실 이때도 어느 봉우리나 계속 흰구름에 가려져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풀로 덮인 언덕에 도달하여 자동차에서 내리자 양상(樣相)은 일변했다. 정면에 있던 구름의 막이 확 갈라진 것이다. 구름 저쪽 멀고 먼 곳 상공에 백은(白銀)의 빼어난 봉우리가 떠올라 있었다.

저녁놀에 물드는 마나슬루를 비롯하여 7, 8천미터 급 고봉의 제왕들이 연회(宴會)를 하는 것처럼 줄지어 있었다. 히말라야는 승리해 세상에 우뚝 선 영웅들처럼 늠름했다. 당차게 우뚝 서 있었다. 높이라고 할까, 위엄이라고 할까, 일본의 산은 도저히 미치지 못한다. 보통 산이 흙과 바위라면 히말라야는 그 산과 산을 다져 하나가 된 거인(巨人)이다.

마음에 그리던 그대로 장엄한 최고봉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최대의 경의를 표하면서 셔터를 눌렀다. 여섯 번 아니 일곱 번이었을까. 산들은 살아 있었다. 살아 숨쉬고 있었다.

산의 배후에 위대한 생명이 살아 있었다. 지구라는 대생명이 우주를 향해 쭉 치솟아 올라 하늘을 부르는 '기원의 탑'이 히말라야다. 지구가 스스로 불로불사(不老不死)의 활동 기념비로서 조형한 것이 히말라야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산봉우리 끝단은 묽은 먹물색의 어스름한 빛으로 감싸이고 말았다. 커다란 은빛 달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마을에 저녁 짓는 연기가 오르고 있다. 실은 이때 나에게는 귀엽기 그지없는 응원단이 따라오고 있었다. 언덕에서 놀던 가까운 마을의 어린이들이다. 20명 정도였을까. 처음엔 멀리서 둘러싸듯이 보고 있다가 호기심을 누를 수 없었던 것일까. 내가 이동할 때마다 줄줄 따라온다. 어린이들의 옷차림은 보잘것없었다. 그러나 눈빛은 보석과 같았다. 나는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우리들은 불교도입니다. 여기는 불타(佛陀)가 태어난 나라입니다. 불타는 위대한 히말라야를 보고 성장했습니다. 저 산과 같은 인간이 되고자 분발했습니다. 당당하게 우뚝 솟은 승리의 사람으로 자신을 만들어갔습니다. 여러분도 같습니다. 훌륭한 곳에 살고 있습니다. 꼭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아 - 지상의 최고봉. 히말라야는 지금도 위로 위로 융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청년기의 산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도 저 멀리 높은 곳을 목표로 하고 싶다. 최고봉을 오르고 싶다. 좀더 높게! 좀더 앞으로! 히말라야는 살아 있는 모두에게 "현재 상태를 타개하라, 우뚝 서라"고 호소하고 있다. 불가능에 도전하라, 전인미답의 봉우리를 향해서! 단애절벽(斷崖絶璧)을 올라가라! 내려보라, 내려보라, 자기 욕망으로 진흙투성이가 된 야심가들을! 쫓아버려라, 쫓아버려라, 정직하지 못한 말뿐인 무리를! 최고봉에는 폭풍우도 있다. 번개도 있다. 강한 바람도 있다. 그러나 그 존귀한 왕좌(王座)에는 영원한 긍지가 있고 고상함이 있고 평안(平安)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