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은 평화운동가, 불교철학자, 교육자, 작가 그리고 시인으로 대화를 통한 평화 증진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 Words of Wisdom 희망찬 내일을 위한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명언

  • Dialogue with Nature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사진 작품, 자연과의 대화

  • The Life Story of Daisaku Ikeda 이케다 다이사쿠 생애

에세이

아름다운 지구

오이라세의 푸른 잎새

올려다보니 잎새 뒤로 밝은 빛이 빛나고 있었다. 오이라세의 나무는 품격 있는 현인처럼 서 있었다. 계곡에서 보이는 조각만한 하늘의 푸르름을 향해 8월의 짙은 녹색이 나뭇가지 끝을, 가지를, 목숨을 다해 뻗고 있었다. 끝까지 살아온 한 그루 나무만큼 찬탄할 만한 것도 없다. 엄숙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무엇 하나 빠진 것이 없었다. 완벽했다.

묵직한 모양을 한 줄기. 나무껍질도 두텁다. 물참나무라고 한다. 졸참나무와 같은 종류다. 수분이 많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 큰 나무는 30미터나 된다. 나무 나이는 '보통 3백 년'이라고 한다. 올려다보고 있는 동안에도 계곡의 얕은 여울이 끊이지 않고 귓가에 밀려온다. 때때로 작은 새의 소리가 뒤섞이고 있다. 새는 왜 지저귀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가. 나무들은 왜 하늘을 향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가. 나무는 단 한 가지 일에 전 생명을 걸고 있었다.

다만 자기 자신에 사는 것. 자기 자신이 간직한 힘을 완전히 발휘하는 것. '나는 내 목숨에 산다! 나는 내 목숨을 늘릴 대로 늘려 완성시킨다!' 헤매지도 않고, 주저함도 없이, 긍지 높게, 당당하게, 나무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살아가고 있었다. 오이라세에는 이런 고귀한 나무가 계곡을 따라 '푸른 숲'을 만들고 있었다. 15년 만의 아오모리였다. 1994년 여름. 삿포로에서 미사와 공항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도호쿠연수원으로.

지난 방문은 1979년 1월. 나도 학회도 맹렬한 눈보라 속을 돌진하고 있었다. 법화경에서 설하는 '악마, 마민(魔民)'들이 마구 날뛰었다. 그러나 길고 긴 겨울을 동지는 끝까지 견디었다. 이를 악문 지 15년. 불굴하는 정의의 태양 앞에서는 극악으로 더럽혀진 얼음이 덧없이 녹는다. 승리의 인재 숲은 떠들썩거릴 정도로 풍부했다.

연수원 부지 3백 미터 아래로 오이라세 계곡이 흐르고 있다. 나는 존귀한 도호쿠의 벗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자연이 만든 걸작' 속을 걸었다. 맑고 차가운 물살. 이끼 낀 바위의 표면에 반짝반짝 물보라가 퍼진다.

물살은 바위에 부딪치며 하얀 물거품을 일으킨다. 다시 한 번 매끄럽고 푸르른 거울로 되돌아간다. 뛰어난 지형이 여울을 만들고 연못을 만들고 폭포를 만들면서, 경관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계곡 양쪽의 경사진 곳에서 노란 꽃, 하얀 꽃이 냇물로 드리워지고 있다.

물살에 쓰러진 나무가 젖어 있었다. 그런데 자라나는 나무가 곳곳에서 부딪치며 바위 밑을 바짝 붙어 뻗어가다가 바위를 부수거나, 바위를 들어올리고 있었다. 이 무슨 집념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오로지 똑바로 하늘을 향한다. 뻗으면 뻗는 만큼 뿌리를 대지에 깊게 내리면서. 그렇다, 나무는 하늘과 땅에 걸쳐진 다리다.

작을지라도 완벽한 생명의 다리. 지구가 우주와 이야기를 나누는 살아 있는 안테나. 우주의 일체는 승부다. 초목이 뻗는 것도 승부다. 이기면 푸르디푸르게 뻗을 수 있다. 물참나무의 연륜에도 온갖 고뇌, 온갖 투쟁, 온갖 개가(凱歌)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눈 내리는 겨울도, 풍요롭고 윤기 있는 기쁨 넘치는 여름도 함께.

나무껍질에 깊게 파인 균열이, 햇볕에 그을린 장년의 웃는 얼굴에 생긴 주름살처럼 보였다. 물참나무에게 마음속으로 물어 보았다. "때로는 어딘가 가보고 싶지 않니?" 나무는 명랑하게 웃었다. "당치도 않아! 여기가 내 장소야! 여기서 나는 싸워 이겼던 거야! 여기보다 더 나은 장소는 없어!" 아아, 본유상주(本有常住) 상적광토(常寂光土). 자랑스러운 모습은 우주의 진리를 깨달은 철학자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