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은 평화운동가, 불교철학자, 교육자, 작가 그리고 시인으로 대화를 통한 평화 증진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 Words of Wisdom 희망찬 내일을 위한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명언

  • Dialogue with Nature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사진 작품, 자연과의 대화

  • The Life Story of Daisaku Ikeda 이케다 다이사쿠 생애

에세이

아름다운 지구

윈저의 길

윈저성(城)을 방문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주말에 머무는 성으로 유명하다. 런던에서 서쪽으로 36킬로미터. 이 성에서 매년 영국 왕실의 전통 있는 의식이 거행된다. 여왕이 자리하는 중요한 의식에 영광스럽게도 아내와 함께 초대를 받았으나 사정이 있어 공교롭게 출석할 수 없었다. 그 후의에 감사하여 적어도 방문만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이날 발길을 옮겼다.

마침 ‘영국 왕실의 로브 전(展)'으로 폐를 끼친 레딩 후작과 템스 강변의 레스토랑에서 오찬을 함께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후작과 작별한 뒤 템스 부근을 걸었다. 철학자이자 시인 토머스 그레이가 "아버지 같은 템스여"라고 애정을 바친 그리운 강이다. 잠시 걷자, 윈저 다리(橋)가 나왔다. 그레이가 공부한 명문 이튼교(校)가 다리 건너편에 있다. 영국 ‘신사도(紳士道)'를 철저하게 가르친 인간교육의 전통 있는 학교다.

강변에 잠시 머무르는 우리들 곁에 백조 무리가 다가왔다. 모이를 주었다. 날개 치는 소리에 올려다보니 초여름 하늘에 비둘기가 날고 있었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하늘에도 길이 있다.
새에게는 새의 길이 있다.
바람에게는 바람의 길이 있다.
별에게는 별의 길이 있다.
강과 바다에게도 길이 있다.
물고기에게는 물고기의 길이 있다.
그리고 사람에게는 사람의 길이 있다.

윈저성은 템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져 있다. 노르만 풍의 당당한 고성(古城)이다. 이것은 9백년 전에 지은 요새라고 한다. ‘로열 타운'의 돌이 깔린 길을 벗어나 남측 성문 앞에 서자 하나의 길이 멀리 내다보이는 곳 끝까지 쭉 뻗어 있었다. 플라타너스나 잔디가 만들어 내는 푸른 들판을 뚫고서 오직 길은 달리고 있다. ‘롱 워크'라고 불리는 길로 약 5킬로미터의 길이라고 한다. 멀리 저쪽에 산책 나온 가족처럼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보인다.

먼 하늘에 사로잡힌 나는 카메라를 들고 두세 번 셔터를 눌렀다.

하나의 길, 그것은 무한으로 계속된다. 하나의 길을 고생하며 다다르면 길은 모든 대지로 연결된다. 대지가 넓어지면서 길은 세계로 연결된다. 인생의 올바른 길을 따라 한발 한발 걸음을 멈추지 않으면 끝없는 희망의 세계가 반드시 펼쳐진다. 명성의 길도 있다. 권력의 길도 있다. 그러나 그 장래는 자기 파괴로 이어진다.

우리들의 길은 무관(無冠)의 길. 그러나 숭고한 사명과 만족이 빛나는 무상(無上)의 길이다.

윈저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 서쪽으로 더 가면 타플로코트가 있다. 영국 창가학회의 ‘평화와 문화의 보성(寶城)’ 이다. 그 옛날 사교 무대였던 이 저택에는 왕실의 빈객(賓客)도 많이 방문하였다. "윈저에서 말(馬)을 타고 가만있으면 타플로로 향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윈저 방문 2일 전, 타플로코트의 모임에서 젊은 벗들이 힘차게 불러준 노래가 창작곡 ‘길'이었다.

자유다!
두려움을 떨쳐 버리자!
가슴을 펴자!
지금 이 길을 나아가자!
방황하는 세계 속에 승리의 이 길을 우리들은 가자!

길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길을 부수는 사람이 있다. 길을 계속 걷는 사람이 있다. 길에서 벗어나는 사람이 있다. 나는 길을 여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길을 끝까지 걸어가는 사람이고 싶다. 어디까지라도 어디까지라도 끝까지 걷고 끝까지 달릴 것이다. 만약 도중에 쓰러져도 황야의 흙이 되어도 내 길을 따르는 청년들을 믿기 때문에 내게는 후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