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다 다이사쿠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은 평화운동가, 불교철학자, 교육자, 작가 그리고 시인으로 대화를 통한 평화 증진에 평생을 바쳤습니다.

이케다 선생님을 기억하며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 가치”

페루국제법학회 회장 오스카르 마우르투아 데 로마냐 박사.

페루국제법학회 회장 오스카르 마우르투아 데 로마냐 박사.

[창가학회 기관지 ‘세이쿄신문’은 2024년 11월 15일,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 서거 1주기를 맞아, 페루의 저명한 외교관이자 법률가이며 두 차례 외교부 장관을 지낸 오스카르 마우르투아 데 로마냐 박사를 인터뷰했다. 마우르투아 박사는 페르난도 벨라운데 대통령 재임 시기(1980~1985년)에 대통령실 사무총장을 지냈으며 당시 이케다 선생님에게 페루 최고 훈장인 ‘페루 태양 훈장 대십자장’을 수여하는 행사 준비와 조정을 총괄했다.]

세이쿄신문(이하 세이쿄): 박사님께서는 2023년 말 이케다 선생님 서거 소식을 접하신 후, 페루국제법학회 공식 누리집에 진심 어린 추도사를 발표하셨습니다. 이 추도사에서 “이케다 선생님은 미래 세대를 위해 영원한 유산을 남겼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선생님은 박사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분이셨습니까?

오스카르 마우르투아 데 로마냐 박사(이하 마우르투아): 무엇보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케다 선생님은 지금도 우리 마음속에 살아 계시며, 여전히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 주신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국제창가학회(이하 SGI)는 전 세계 192개 국가와 지역에 약 1200만 명의 회원이 있는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수많은 제자가 스승이 걸어온 삶을 모범으로 삼아 신앙 실천을 통해 각자 인간혁명을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이케다 선생님의 정신이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저는 이케다 선생님이 전 세계에 펼쳐 온 평화 문화를 더욱 굳건히 이어 가고 발전시킬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믿습니다.

이케다 선생님은 1966년 처음 페루를 방문하신 이래, 언제나 페루가 지닌 잠재력을 믿어 주셨으며 방문하실 때마다 아낌없이 격려해 주셨습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음에도 결코 오만함이나 개인적인 야심을 드러내지 않으셨습니다.

뒤에서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저에게 따뜻한 지지를 보내 주셨습니다. 이케다 선생님의 사상과 행동은 제가 한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닙니다.

이케다 선생님께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는,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조국의 발전과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일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외교관으로 활동하는 동안 캐나다, 볼리비아, 태국 등 여러 나라에서 대사를 지내며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뜻깊은 성과 가운데 하나는 1998년 페루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가입하는 데 힘을 보탠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케다 선생님께서 보내신 격려는 저에게 큰 힘이 되었을 뿐 아니라, 페루가 영향력 있는 지역 협력체에 정식으로 참여해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받는 데 큰 힘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편집자 주: 2024년 당시 페루는 APEC 의장국을 맡았다. 마우르투아 박사는 외교부 장관으로 두 번째 임기를 수행하던 2021년, 페루가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임을 발표했다.]

세이쿄: 전 세계 많은 지식인이 영국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 박사와 이케다 선생님이 나눈 대화를 통해 선생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우르투아 박사님도 그중 한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우르투아: 1972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있을 때, 아널드 토인비 박사와 일본에서 온 승려 혹은 현자가 대화를 나누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침 국제법을 가르치던 제 지도교수 험프리 월독 경께서 그 대담이 열린 보들리언 도서관 행사에 저를 초대해 주셨습니다. 월독 경은 유럽인권재판소와 국제사법재판소 소장을 모두 역임하신 분이지요. 그 도서관에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젊은 이케다 선생님을 직접 뵈었습니다. 훗날 그 대화 내용을 엮은 책이 출간되었고, 큰 감동을 받으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페르난도 벨라운데 테리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동안 (1980년~1985년) 대통령실 사무총장으로 일했습니다. 당시 제가 대통령께 이케다 선생님을 소개하려 하자, 대통령께서는 이미 선생님이 이룬 업적을 잘 알고 계셨고, 토인비 박사와의 대담집도 읽어 보신 적이 있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토인비 박사와 함께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집필한 바로 그분이지요?” 저는 곧바로 “맞습니다! 훌륭한 철학자이자 평화운동가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1984년 3월, 페루 수도 리마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감사하게도 이케다 선생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만남이지요. 세계 평화를 향한 대의를 위해서도 참으로 뜻깊은 대화였습니다. 회견 중, 벨라운데 대통령을 비롯해 자리에 함께한 모든 이들과 취재진은 테러리즘을 단호히 규탄하는 이케다 선생님의 확고한 신념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당시 페루 사회는 잇따른 테러 공격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는데, 그런 혼란 속에서 이케다 선생님께서 페루를 방문하신 것은 실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은 국가적 위기에 맞서고 있던 우리에게 커다란 힘이 되었습니다.

뜻밖에도 그 자리에서 이케다 선생님은 페루 국가 최고 훈장을 받으셨습니다. 이는 페루와 일본의 오랜 역사적 관계 속에서도 최고의 영예로 평가되는 훈장입니다.

며칠 뒤, 또 다른 특별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벨라운데 대통령은 관저에서 이케다 선생님 부부를 위한 오찬을 마련하셨습니다. 이 자리에는 총리, 교육부 장관, 국립문화원장, 산마르코스 국립대학교 총장, 주요 신문사 대표들이 참석했는데 모두 대통령이 긴밀히 상의해 특별히 초청한 인사들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벨라운데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케다 선생님이 평화를 위해 기울여 온 노력은 인류 전체에 커다란 공헌이며, 페루와 일본 간 교류를 크게 증진시키는 동시에 페루의 번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진심 어린 감사가 담긴 말씀이었고, 페루가 보여준 감사와 우정은 오늘날까지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나 덧붙이고자 합니다. 벨라운데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 제가 캐나다 대사로 재임하던 시절, 가족과 함께 일본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다시 이케다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선생님과 거의 40년에 걸쳐 깊은 유대와 우정을 이어올 수 있었다는 사실은 제게 커다란 긍지입니다. 2012년에는 페루공과대학교 국제관계·외교학부 학장으로 재직하면서 이케다 선생님께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고, 법학·정치학·국제관계학부 명예교수로 추대했습니다. 또한 선생님을 기리는 뜻에서 대학원 본관 대강당을 ‘이케다 다이사쿠 대강당’으로 명명했습니다.

세이쿄: 오랜 세월 동안 박사님께서는 SGI가 세계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셨습니다. 2024년 9월 새롭게 문을 연 페루SGI 문화회관 개관식에도 참석해 주셨지요.

마우르투아: 개관식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산이시드로 지구에 이만한 규모를 갖춘 문화회관이 건립되었다는 사실은 SGI가 페루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라 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산이시드로는 수도 리마의 새로운 중심 지구로, 문화회관 주변에는 여러 외국 대사관이 위치해 있다.]

저는 페루SGI가 발전하는 과정을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습니다. 40여 년 전 만났던 분들 가운데 지금도 건강을 유지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모든 세대가 신앙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 번은 청년들에게 “SGI와 함께한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하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많은 이들이 “조부모님 세대부터입니다” 혹은 “부모님이 회원이셔서 저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물론 가족이 회원이 아니더라도 본인 의지로 입회한 분들도 많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 회원이라는 사실에 긍지를 느끼고 있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저는 SGI가 평화로운 공동체라고 확신합니다. 수직적 관계 속에서 무엇인가를 강요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람들이 스스로 원해서 함께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세이쿄: SGI가 발전하는 원동력은 회원들과 이케다 선생님 사이에 맺어진 사제의 유대에 있습니다.

마우르투아: 저는 이케다 선생님께서 세대를 넘어 계승되는 가치를 남기셨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신앙을 실천하면서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며, 잠재력을 키워 갑니다. 동시에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그러한 문제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케다 선생님은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선한 사람들의 연대를 구축해 오셨고, 그 대의를 이어갈 인재를 끊임없이 육성하셨습니다. 이는 페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업적이라 생각합니다.

전쟁, 기후 변화, 환경 파괴, 해양 오염, 성폭력, 약물 중독, 감염병 등. 오늘날 세계에는 여전히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이케다 선생님께서 우리 곁에 계시며 이러한 난제를 극복하는 데 힘을 보태 주셨으면 하는 바람은 저만의 것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정의를 향한 선생님의 흔들림 없는 신념은 지금도 우리 마음속에서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남겨 주신 철학은 ‘자기답게 살아가며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내면을 다스리는 길’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저는 이러한 이상이 미래 세대에도 계승되어 앞으로도 우리에게 무한한 용기를 주고 선생님이 꿈꿨던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향해 나아갈 길을 밝혀 주리라 확신합니다.

저는 가톨릭 신자이지만, 언제까지나 이케다 선생님의 뜻을 따르며 살아가고자 합니다. 철학자이자 평화주의자 그리고 탁월한 인간으로서 선생님을 깊이 존경합니다. 특히 인류애를 바탕으로 종교를 초월해 화합을 이루는 선생님의 메시지를 제 마음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서거 1주기를 맞아, 다시 한번 유가족과 창가학회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